방문일: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주소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팔달구에 있는 서호공원에 다녀왔다.
쿠첸 전기밥솥을 AS하러 갔다가
부속품이 없다는 말을 듣고 바로 핸들을
서호공원으로 돌렸다.
서호공원은 수원에 거주한지 22년 만에
처음 가보는 곳이다.
있는 줄도 몰랐고, 알았어도 아마도 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회사 일에 집중을
했었고, 주말은 가족에게 집중하고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시간을 내지 못지 못했다.
퇴직하고 나서 낮시간 때에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관심을 갖고
하나씩 돌아보기 시작했다.
돌아보자니 힐링하기에
적당한 장소가 많았다.
시간의 여유로 인해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서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것인가도
생각하게 되었다...
서호를 끼고 있는 서호공원에 도착했다.
맑은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서호는 그림처럼 예뻤다.
호수 위에는 각종 오리들이 점점이 떠
있었고 나무들은 가을을 맞이하여 울긋불긋
물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엔 조각구름이 떠 있고~
호수엔 오리들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서호~
정수라 씨의 "아, 대한민국!"노래가
저절로 떠오른다.ㅎㅎ
팰리스 웨딩홀 입구를 출발점으로 했다.
호숫가에 모수길이라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오리들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호수 가운데 인공섬의 하얗게 된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그루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는데
아마 새의 분비물때문인 듯 했다.
평일 점심때인지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산책로가 비어 있는 것이 혼자 걸어도
자유로웠다.
오른쪽 울타리에 어쩌다 피어 있는
늦잠을 잔 빨간 장미의 가을이 불타오른다~
쌀쌀한 날씨에도 굽히지 않는
너의 정열을 본받아야겠다.
서호는 정조 23년에 조성된 저수지(축만제)로
지금은 서호로 불리며 새들의 보금자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 눈에는 모두 오리로 보이는데
일곱종류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 서호 호수인 것이다.
서호납줄갱이란 고기도 있다고 하는데
호수가 거리가 있기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저렇게 오리류가 많으면 살아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나의 산책은 계속되었다.
'어차피 나온 거 한 바퀴 돌아보자'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500m 정도 걸어가니 흰색의 아치형 다리가
나타났고 계속 모스 길이 이어졌다.
오른쪽엔 작은 정자가 있었는데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리를 건너서 계속 걸어가니
멋진 소나무들이 나타났다.
몇 그루 되지는 않지만 어림잡아보더라도
나이가 꽤 되는 것 같았다.
너무 오래되어서 받침대로 소나무 가지를
부축하고 있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30~40대 때보다는
팔다리에 힘이 없어서 축처지고 느려지는데
몇백년전에 심은 식물인 소나무도
사람하고 똑같지 않을까 생각 되었다.
보은 속리산에 있는 정이품송 소나무의
위용이 참혹한 것도 생각해보면
나이때문인 것이다.
세조임금의 가마가 지나갈때는
가지를 번쩍 들어서 걸리지않게
해주었다지만 지금은 그가지를 잘라내고
남은 가지는 받침대가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고 진 저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우랴
늙기도 서럽거늘 짐을 조차 지실까
-조선 정철
소나무를 보면서 정철의 이 시조가 생각
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겠지~ㅠㅠ
220여 년 전 수원의 서호(측만제)가 조성된
유래가 팻말에 쓰여 있었다.
우리의 정조대왕님 만세이시다.
아버님이신 사도세자를 그리 보내고
당쟁의 상황에서 왕권을 수호해야하는
왕의 외로움이 얼나마 컸을지...
그리고 아버님을 향한 측은지심은 얼마나
속을 긁어댔을지 에궁~
지금 미루어 생각해도 보통사람생각으로는
눈물이 앞을 가리운다.
멀리 아파트도 보이지만 실제로는 멀다고
해야 될까~
아파트와 서호 호수 중간에
1호선 국철 전철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매일 서호를 바라보는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까치인지 오리인지 모르겠지만 정자 처마에
집을 지어 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기는 하지만 그들
나름으로는 꽤 안전한 지역으로
보이는가 보다.
서호 호수 수질 정화 시설도 있었다.
호수의 물은 왕송호수 수질보다는 깨끗해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서수원 주민들이 더 애용하는 것 같다.
삼남길 이야기란 조선시대 한양에서 삼남지방
으로 가는 길인 데서 유래되었다.
삼남대로는 서울에서 충청, 전라, 경상도
방향으로 가는 길로, 조선초 한양도성에서
남대문을 지나 삼남지방으로 가는 간선도로의
하나였다.
이 안내문은 정화시설 벽면에 붙어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까지 출발점으로부터
1.5km를 걸었다.
살은 빠지지 않았어도 먹은 음식의 칼로리는
소모되었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매우 양호한 것이다.
여자로서 미모를 생각하고 건강을 생각해서
다이어트를 하는것은 흉이라 볼 수 없다.
그다음부터는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골프 치시는 아저씨들도 있었고,
운동기구에 몸을 거꾸로 맡긴 채
움직임 없는 고요한 줌마들도 계셨고,
소풍 나온 미래의 대한민국 주인이 될
꿈나무들도 샘님 구령에 맞춰
가을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220년 된 우리의 서호(축만제)도 바로 옆에서
후손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220년전에도 조선의 가을 하늘도
저렇게 파랗고 맑았을 것이다.
아니, 지금보다 더 푸르고 맑았겠지?
우리도 이 서호를 지키고 아끼면 220년 후에
우리의 후손들이 지금의 우리처럼
이 서호를 보면서 지금의 우리처럼
느끼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벌써
출발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저 다리를 건너면 내가 한 시간 전에
출발했던 지점이다.
다시 한번 가을빛으로 물들려고 준비하는
서호(축만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모습대로 다리도 예쁘고
물이 흘러가는 모습도 새록새록하고
중간중간 놓여있는 돌다리도 정겹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사는 수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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