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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누룽지 뻥튀기-586세대의 추억의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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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를 좋아하는 김서방(남편)이 회사

직원들의 식사를 해결하는 식당에서 가끔

누룽지를 싸주면 집에 가져오곤 했다.

그걸 다 먹지 못해 모아놓은 것이 커다란

유리병으로 가득했었는데, 지난여름에

한번 "뻥이요"를 해서 한 달 동안 맛나게

먹었더랬다. 

 

그 후 2개월 정도 지난 지난달부터 "뻥이요"

아저씨 오시는 날 가서 남은 거 마저

튀겨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뻥튀기 아저씬 매주 토요일에 우리 동네에 

오셔서 뻥튀기를 해주시기도 하고 기존

제품을 판매하시고 있었다.

 

나이 들었다고 느끼는 때가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도 막상 그날이 되면 완전히

잊어버릴 때이다.

그때 나이가 들어감을 속상해하면서

다음 돌아오는 토요일에는 꼭 기억했다가

튀겨서 줘야지 하고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다짐의 4번째인 엊그제 토요일

오전 아침에 드디어 생각이 나는 것이 아닌가!!!

 

유리병 속의 누룽지를 꺼내어 쇼핑백에 담고 

뻥이요 아저씨가 계시는 율전초등학교 정문

앞으로 다가가니 이미 나오셔서 영업을

하고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누룽지 가져왔어요,

쌀은 안 가져왔으니 아저씨네 쌀로

채워주세요"라고 했다. 누룽지를 튀길 때는

쌀을 함께 넣어야 잘 튀겨진다고 한다.

한방 튀기는데 5000원, 쌀값 3000원으로

8000원이었다. 집에 있는 쌀로 하면

5000원만 받고, 쌀만 튀기면 5천 원이었다.

 

재료들이 밀려있지 않아서 10분 정도

기다리면 나의 차례였다.

담아져 있는 재료를 보니 보리쌀, 귀리,

옥수수알, 우엉 말린 것 등 갖가지였다.

아저씨 말씀으로는 요사이는 안 튀기는

것이 없다고 하셨다. 별의 별것을

다 튀긴다고 하시며 웃으셨다.

 

누룽지 튀기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누룽지를 화구에 넣기 전에 달게 할지

덜 달게 할지 물어보시기에 덜 달게

해달라고 하니 사카린을 아주

조금만 넣으셨다.

 

옛날에는 화로에 불을 때면서

동그란 화구를 직접 돌리면서 뻥튀기를

했는데 지금은 가스로 하고 자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많이 편해지고 좋아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5분 정도 지나니 아저씨가 "뻥이요"

하시는데 소리가 크지 않아 귀를 막을

필요도 없었다.

화구에 연결되어 있는 나무통에 튀겨진

누룽지와 쌀이 쏟아져 나왔다.

싸리빗자루로 살살 쓸어서 커다란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아서 3~4분 정도

식히더니 소쿠리를 까불러서 작은

튀밥이나 찌스러기들이 밖으로

떨어지도록 하였다.

깨끗한 비닐봉지에 담아주는데 지난번

보다 양이 많아서 물어보았더니

"쌀을 더 많이 넣었어요" 하셨다.

"감사합니다. 맛나게 먹을게요" 인사하고

뻥튀기 자루를 들고 집에 돌아와

김서방(남편)에게 한 그릇 퍼서 갖다 주니 

심심하던 차에 잘 먹는다.

 

튀겼다고 해서 칼로리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트에서 사는 과자 종류는

기름에 튀긴 것이 많으니, 그런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짱구나 새우깡, 유과보다는 칼로리가

덜 나갈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으로

위안을 받는다.

 

그 옛날 쌀이 없고 혼식, 분식 장려하던

60~70년대에는 쌀 뻥튀기도 1년에

한두 번 먹었던 것 같다.

우리 집도 시골에서 잘 사는 축에 속했지만

쌀이 귀했기 때문에 온 가족이 쌀밥을

먹지 못하고 보리쌀과 섞어서

밥을 지었었다.

할머니와 아버지의 밥은 쌀밥만 퍼서

드리고 나머지 6남매와 엄마, 그리고

머슴 아저씨의 밥은 모두 섞어서 

밥을 푸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그렇게 귀한 쌀로 뻥튀기를 하는

날이 있었다. 구정을 쇠기 위해 과즐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이 쌀 튀밥이었던 것

이었다.

 

가을에 추수를 하고 나면

할머니와 엄마는 커다란 가마솥에 엿을

만드셔서 조청을 만들고, 더 엿을 곤 다음

땅콩과 검정개, 들깨를 넣어 겨울 간식을

만드시곤 하셨다. 

 

그리고 구정이 다가오면 찹쌀 반죽을 하여

네모난 모양으로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낸

후 표면에 조청을 발라 쌀 튀밥을 묻혀서

과즐이라는 것을 만드셨는데, 그 당시에는

그 과즐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형제간에

서로 더 먹으려고 쟁탈전이 벌어졌었다.

나는 지금도 쌀 튀밥(쌀 뻥튀기)을 보면

그 과즐이 생각나는데 요새 제사 때 놓는

산자라고 하는 것과는 맛과 모양으로 봐도

많은 차이가 있다.

 

과즐을 생각나게 하는 누룽지 뻥튀기...

과즐을 생각하면 예산의 그 시골집과

머리에 하얀 수건과 하얀 광목 앞치마를

두르시고 집안일을 하시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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