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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나는 울지않는 바람이다/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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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을 경계로 7월과 8월이 나뉘었다.

7월의 마지막 날이 가고 8월의 첫날이 시작이 되어 흐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인 안녕 인사를 보내는 친구에게 답장을 보내며

8월의 더위에 두 양주가 건강하라는 인사를 챙겼다.

 

그렇게 주말 내내 집콕으로 에어컨 앞에서만 지내면서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축의금을, 지인의 부모님 장례식에 조의금을 입금을 해주었다.

직접 가서 축하의 말을 전하지 못하고, 애도의 말을 하지 못하는

일상의 서글픔을 함께 담아 보냈다.

 

나의 아들네는 본인들의 일상을 단톡으로 보내오고 있다.

손주의 노는 모습과 만들어 먹는 음식 사진 등이 직접 보지 않아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상이 되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며 두줄의 답글도 남겨준다.

 

그것도 잠깐~~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 구석,

식욕도 없고, 운동도 포기하고

그냥 뒹굴뒹굴~~

 

그런 와중에 책을 뒤적이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시를 발견하였다.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다

 

천양희

 

마음 끝이 벼랑이거나

하루가 지루할 때마다

바람이라도 한바탕 쏟아지기를

바랄 때가 있다.

 

자기만의 지붕을 갖고 싶어서

우산을 만들었다는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후박 잎을 우산처럼 쓰고

비바람 속을 걸어가던

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별명이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

랭보를 생각할 때마다

바람은 그리워하는 마음들이

서로 부르며 손짓하는 것이라던

절절한 구절을

옮겨 적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울지 않는 바람이라고

다른 얼굴을 할 때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던 

죽은 시인의 시를

중얼거릴 때가 있다

 

여러 번 내가 나를 얻지 못해

바람을 맞을 때마다

바람 속에 얼굴을 묻고 

오래 일어나지 못할 때가 있다

 

이 세상 어디에 꽃처럼 피우는

바람이 있다면

바람에도 방향이 있고 그 속에도

뼈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바람소리든 울음소리든

소리는 존재의 울림이니까

쌓아도 쌓아도 그 소리는

탑이 될 수 없으니까

 

바람이여

우리가 함께 가벼워도 되겠습니까

 

오늘 밤에도 산 위로 바람 부니

비 오겠습니다

 

나는 울지않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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