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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잠들면 다 꿈이고 - 박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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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종로 가는 길에 교회 뾰족탑 담벼락에 늘어뜨려진 활짝 핀

주황색 꽃을 보며 감탄했더니 옆지기가 "저 꽃 이름이 무엇이더라"하고

되묻기에 '능소화'라고 하였다.

중국이 원산지로, '금등화'라고도 하며, 옛날에는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어서 '양반꽃'이라고 불리우기도 하는 꽃이다.

꽃말은 여성, 명예, 영광이라고 하며, 능소화의 활짝 핀 모습에 딱 한 번 보고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그만큼 화려하고 아름답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이 된다.  

교회 담벼락의 능소화 덕분에 박이화 시인의 시중에서 '능소화'가 나오는 시를 옮겨본다. 

 

 

잠들면 다 꿈이고 /박이화

 

 

담장 밖을 넘나드는 넝쿨 때문에

울안에 심지 말라는 능소화가

가슴에 커다란 주홍 글씨를 달고서는

해마다 아프게 꽃을 피우고 있다

 

지을 수 없는  낙인처럼

저 주홍의 꽃가루에 눈멀 수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지만

그렇게 눈멀어서인지

사랑에 눈멀어서인지

날벌레 한 마리 그 속에 파르르 졸고 있다

 

잠들면 다 꿈이고

꿈은 언젠간 깨는 것이어서

누구라도 맹목의 사랑 앞에선

꿈꾸듯 눈이 머는지

깨어나기 전까지

저 하루살이도 꿈에선 꽃일 터

 

그러나 꿈은 길어도 하룻밤

그 바람 앞의 단잠 깨우지 않으려

꽃도 향도 모르는 척 담장 밖을 서성이는데

 

누구

꿈과 사랑의 차이를 아시는지

꿈은 꿈인 줄 모른 채 울다 깨어나도

사랑은 아무리 흔들어도 꺠어날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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