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서방(남편)은 아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연예계까지 나보다는
더 많이 아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때는 연예계의 소식과 아이돌의 이름까지
다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관심이 있어서인지, 기억력이 탁월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도 나이도 한참 많은
김서방이 아이돌의 이름을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한 느낌이 들었던 때가
몇 번이나 있었던 것이다.
옛말에 '아는 것이 많으면 먹고 싶은 것이 많다'
는 말이 들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먹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젊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다가
10년 전쯤부터 먹고 싶은 음식의 주문량이
더 많아졌다.
아마도 그때가 담배를 끊었을 때인 것 같다.
갑자기 한순간에 담배를 끊더니 서서히
안 먹던 군것질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군것질과 간식량이 늘어나면서 체중도
늘어나고 아랫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요사이는 TV에서 음식 프로그램이 나오면
대부분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이다.
대부분 해주기는 하는 편인데 어쩌다가
안 해주면 바로 삐치기도 하여 성가셨다.
오늘도 아침식사 후 2시간 정도 지나니
아니나 다를까 음식 타령을 시작하였다.
"오늘 점심으로 김치를 잔뜩 썰어 넣고,
굴. 오징어. 조갯살을 넣은 부침개를 먹고
싶다"라고 하니 안 해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장 보러 가기는 싫었다.
그래서 지난번 수협쇼핑에서 사서 얼려놓은
굴 한 봉지를 꺼내어 자연해동하기 시작하였다.
냉동실 안의 다른 해산물도 찾아보았지만
불행하게도 오징어와 조갯살은 없었다.
오징어와 조갯살이 빠진 굴 부침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굴 부침개 만들기
준비물:
굴 200g. 밀가루 300g. 김장김치 반포기.
청양고추 7개. 깻잎 5장. 대파. 마늘. 카놀라유
1. 양푼에 밀가루 300g과 물 2컵을 넣고 개었다.
2. 가위로 김치를 쫑쫑 썰어서 준비한다
3. 청양고추도 쫑쫑 썰고, 깻잎은 채 썰어 놓는다.
4. 돼지고기는 살짝 삶은 후 채 썰어서 마늘,
참기름,후추, 진간장에 재워놓는다.
5. 개어놓은 밀가루 반죽에 김치. 돼지고기, 깻잎,
청양고추를 넣고 잘 섞어 놓는다.
반죽 정도에 따라 물을 더 넣거나 밀가루를 더
넣어 농도를 조정한다. 반죽이 질으면 부침개가
찢어지고, 반죽이 되면 부침개가 두껍게 부쳐진다.
6. 생굴은 소금물에 헹구어 껍질을 제거하여
물기를 빼어 준비한다.
7. 프라이팬을 달구어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팬에 부은 후 국자로 널찍하게 편다.
8. 부침 개위에 준비한 굴을 5~6개 정도 올리고
국자로 반죽을 무쳐서 살살 눌러서
떨어지지 않게 한다.
9. 부침개의 아랫 부부분이 노릇해지고 윗표면이
반 정도 익어지면 부침 주걱을 이용하여 뒤집는다.
10. 뒤집은 후 기름을 한번 더 두르고 굴이
타지 않도록 주의 깊게 보면서 2~3분 후에
한번 뒤집는다. 이때 조심히 뒤집어야 굴이
떨어지지 않는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11. 굴 부침개 4개를 완성했다.
두 개는 뒤집을 때 굴이 떨어져서 다시 붙였고
두 개는 성공했다.
김서방(남편)과 아들이 3개를 먹었고
내가 한 개를 먹었는데 셋이 먹다가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정도의 맛이었다. 특히나
신선한 굴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간도 딱 맞고, 돼지고기가 간간히 씹히면서,
향긋한 깻잎 맛도 나면서 칼칼한 청양고추의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내가 만든 음식의 맛을 자화자찬하면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까탈스러운 김서방과
아들이 맛있다고 하였으니 믿어도 될 것이다.
굴 부침개의 영양가 또한 풍부하니 점심 한 끼
굴 부침개로 대신하여도 더 나으면 나았지
부족하지는 않은 메뉴일 것이다.
오랜만에 굴 부침개를 보니 갑자기 막걸리가
생각이 났다. 지난번에 사다 놓은 장수
생막걸리가 그대로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냉장고에서 꺼낸 막걸리를 위아래로
흔들어서 수저로 뚜껑을 다섯 번 때린 다음
뚜껑을 따니 넘치지 지도 않고 얌전히 따졌다.
김서방 한잔, 큰아들 한잔, 나 한잔 따르니
막걸리병이 비어 버렸다.
2020년 새해를 건배하면서 시원한 막걸리로
요리의 피로를 풀어버리면서 굴 부침개
한 점을 입안에 넣고 씹으니
'이 세상 남 부러워할 것이 무에 있으랴,
바로 이런 것이 행복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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