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산소 벌초라는 것이 시간이 될 때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해야 되는 시기는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봄철 한식 때나 가을을 앞둔 추석 때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보이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잡초가 무성하게 나는 시기와도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시부모님 살아생전 30년 동안은 1년에 한 번 가족들이 모여서 직접 벌초를 하였다.
25년 전에 조성된 산소는 시할아버지 할머니 묘인 1기만 모셨었는데
처음 조성된 몇 해는 풀이 사람 키만큼 크기도 하고 무성해서 남편과 함께
새벽 6시부터 깎았던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였다.
그래도 그때는 둘 다 젊었던 때라서 벌초로 인한 피로와 근육통이 쉽게 풀렸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에 몇 년 동안은 아주버님 지인(지역주민)의 도움 하에
가족끼리 쉽게 끝낼 수 있었다.
2015년부터 3년 정도는 벌초 대행업체에 맡겼었다.
벌초 비용이 40만 원 정도여서 형님네 반, 우리가 반을 부담해서 돈은 들어가지만
벌초에 대한 부담을 없앨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은 60~70 달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남편의 암수술 후에는 형님 내외께서 둘이 하다가 이번 광복절 연휴를 맞아
7년 만에 벌초를 하겠다는 남편은 시아주버님에게 전화를 걸어
8월 13일 새벽 6시에 산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우리는 전날 밤에 생수 3병을 얼리고 음료와 빵을 준비하였다.
긴 옷과 장갑, 수건, 여벌 옷까지 준비하여 새벽 3시 30분에 수원 집에서
시부모님 산소가 있는 보은의 선산으로 출발하였다.
예초기와 전지가위, 갈퀴, 각종 장비는 시아주버님이 준비하시기로
하여 우리의 준비물은 매우 단출했다.
보은 산속까지 도착하니 5시 30분으로 2시간이 걸렸다.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형님 내외는 알고 보니 산소 근처까지 왔다가 주유소가
오픈하지 않은 관계로 근처의 친구 집에 가서 휘발유를 얻어가지고 오느라 늦어지신 것이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도착하셨다.
산소로 들어가는 진입로는 이번 폭우로 많이 파여있었고, 무성한 잡풀이 우거져있었다.
각종 장비를 나눠 들고 무성한 풀을 헤치고 산소에 도착하니 벌써 지침.
산소는 망촛대와 잡풀로 우거져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은 무덤 주변의 웃자란 수많은 향나무와 주목, 영산홍 가지를 잘라주는 일이었다.
처음 묘지 조성할 때는 아주 작았었는데 세월 따라 엄청나게 커버린 나무들은 처치곤란이었다.
총 60여 그루로 작을 때는 금방 쳐냈는데 지금은 그루당 평균 10분 정도 걸렸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기온 30도씨에서의 나무 손질~
남편과 시아주버님은 번갈아가면서 예초기 돌리기~
형님은 풀 뽑기, 나무전지 하기, 풀 버리기 등등~
산소 봉분만 한 향나무가 수십 그루~
다행히 햇빛이 쨍쨍하지 않아서 그나마 벌초를 도와주는 격이었다.
예초기 고장으로 공장에 한번 다녀오느라 30분 정도 지체된 것 외에는 순조롭게 벌초 진행~
4시간 동안 번갈아 예초기를 지고 벌초를 하던 남편은 너른 잔디밭에 누워버렸다.
누워만 있었던 신체는 높은 기온 아래서의 강도 높은 벌초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얼굴은 벌겋게 익었고, 애꿎은 얼음물만 계속 마시면서 버텨내는 남편~
벌초대행을 하라는 말을 안 듣더니만 집에는 어찌 운전할 것이며,
얼마나 후유증에 시달릴지 안 봐도 눈에 선하였다.
나는 어떠냐고?
5년 동안 아침마다 워킹을 1시간 30분씩 운동을 한 까닭에 체력이 보강이 되었는지
손목과 팔, 어깨를 제외하고는 괜찮았다.
50여 그루의 나무를 전지 했는데
형님이 10그루~
아주버님이 5그루~
내가 35그루~
나머지 산소 아래 바위틈에 있는 나무들은 안전을 생각하여 전지 생략~
벌초를 끝내니 오전 11시였다.
2시간 예상했는데 4시간이 걸렸다.
정말로 힘든 4시간이었지만 깎아놓은 산소를 보니 깨끗하고 말끔한 것이 속이 후련하였다.
예초기 장비 정리를 하면서 주변 밭에서 들깻잎과 들깻잎 순을 쳐내고 있는
아저씨에게 한 자루의 깻잎을 사서 형님네와 나누어 가졌다.
시댁 조상님의 산소를 열심히 깎아준 마누라의 정성이 보였는지
먹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비빔국수와 열무국수를 사주었다.
사실 벌초한 덕분에 땀에 흠뻑 젖었고, 꾀죄죄한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좋은 식당에 들어갈 처지가 아니었다.ㅎㅎㅎ
생각보다 양도 많고 맛이 굉장했는데 열심히 일한 노동의 효과도 있었으리라~
배가 부르니 피로감이 줄어들었다고 운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시댁에 갈 때마다 샀던 청주 만고강산 송어회가 생각나서 송어회
1.5kg(38,000원)을 사서 전속력으로 수원으로 올라왔다.
사실 사진 찍을 정신이 없어서 만고강산 홈페이지에서 가장 비슷한 비주얼을
골라서 편집하였다.ㅋㅋ
그리고 광복절 3일 연휴 내내 몸져누운 남편~
내년 봄엔 심플하게 만드는 산소 조성공사를 한다 하던데 기다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