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어느 산낙지의 죽음~

반응형

매년 봄이면 벌어지는 우리 집의 연례행사 낙지 축제~

벌써 7~8년째 사 가지고 오는 김서방(남편)~

한번 사 가지고 올 때마다 적으면 30마리, 많으면 50마리를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바닷물을 채워서 팔팔하게 살려서 가져오고 있다.

적당히 가져오면 좋겠지만 내 입장에서 적당히는 15마리 정도,

남편 입장에서는  30마리이상~, 서로의 손크기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조금 가지고 와야 희귀성에 의해 더 맛있게 아껴가면서 먹을 텐데

이거는 가져오자마자 이 많은 낙지를 누구랑 나누어먹어야 하나라는 걱정이 먼저이다.

 

옆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돈댁에 낙지 8마리를 담아 갖다 드렸다. 

가족 모두 낙지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매년 나누어 먹고 있는 중이다.

돌아오는 길에 며늘 쥬니를 차에 픽업하여 집에 데리고 왔다.

 

산 낙지 두 마리를 탕탕탕하고, 두 마리는 데쳐서 시아버지, 시어머니, 며느리 셋이

앉아서 맛있게 냠냠~

야들 야들, 탱글탱글, 고소한 맛 ㅎㅎ

낙지는 주저앉은 소를 일어나게 할 정도로 좋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정말로 그런지는 잘 모름.

그리고 저녁 늦게 퇴근하는 둘째 아들을 위하여 세 마리를 데쳐서 며느리 손에 들려 보냈다.

 

남은 산 낙지는 아직도 살아서 꿈틀꿈틀~

지퍼백에 4마리씩 담으니 4 봉지가 되었다.

아무래도 한두 마리가 더 들어 있었나 보다

살아있는 낙지들의 다리가 봉지 밖으로 나오는 것을 억지로 구겨 넣고 지퍼를 잠그고

산채로 냉동실 둘째 칸으로 집어넣었다.

 

사람의 잔인함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ㅠㅠ

할 때마다 마음으로 켕기는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꿈틀댄다.

 

그다음 날 옆집 이웃사촌을 챙기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한 봉지 갖다 주려고 냉동실을

열고 둘째 칸을 잡아 다니니 무언가 꽉 끼었는지 빠지지가 않았다.

몇 번을 잡아 다녀도 마찬가지였다.

2~3cm 움직이고는 꼼짝 달싹도하지 않는 상황 ~

이게 무슨 일이지?

 

열받아서 잠시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내리누르면서 문을 활짝 열 고전 후 좌우를

살펴보니 냉동실 서랍 왼쪽 작은 틈에 두 개의 낙지다리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칼을 집어넣어 다리를 잡아다니니 다리가 떨어져 나왔다.

 

위아래 냉동실 서랍을 빼내고, 냉동실 안에 들은 물건들을 모두 꺼내놓고,

둘째 칸에 있는 물건들도 모두 꺼내놓고 살펴보니 낙지 한 마리가 탈출을 감행하여

냉동실 서랍의  0.5mm 틈을 통과하여 서랍을 여닫는 공간 1cm를 꽉 채운 다음

얼어 죽은 것이었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살아있는 동물을 얼려 죽인 벌인가 보다~

1cm 틈 사이에 얼어 죽어있는 낙지를 꺼내기 위해  밤 등산용 헤드라이트를

머리에 두르고, 냉동실 서랍사이의 틈을 비춰가며 헤어드라이기로 낙지를 녹여가면서,

칼로 잘라내면서, 젓가락으로 낙지를 파내가면서 난 그렇게 6시 30분부터

9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얼어죽은 낙지를 죽이고 또 죽이는 능지처참으로

갈기갈기 찢어내고서야 겨우 냉동실 문을 열 수가 있었다.

 

낙지의 팔자 또한 말할수없이 기구하였다.

그리고 난 주말 내내 아팠다.

냉동실 서랍을 열기 위해 사력을 다한 결과였다~.

 

목요일에 사온 낙지를 먹고 몸보신한 것이 아니라 산 낙지의 복수를 받은 것 같았다.ㅠㅠ

하지만 덕분에 깔끔하게 냉동실 정리가 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