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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일날 저녁에 있었던 일(2)/찢어진 이마를 꿰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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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날 옆집 친구와 즐거운 오후를 보내고 난 후 헤어졌다.

간짜장 먹은 것이 더부룩하여 저녁은 간단하게 때웠다.

냉장고 안에는 불을 켜진 않은 생크림 케이크가 불을 켜줄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동안 사는 게 바빠서 갱년기의 갱자도 모르고 지내왔는데 요즈음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시시때때로 느낀다.

 

기분도 시시때때로 변하기도 하고, 몸도 아팠다가 괜찮아졌다가 하고 있다.

눈에서는 닦아내도 눈물이 나서 고여있고, 햇빛을 보면 눈이 시려서 집에서도

블라인드를 반쯤만 열어놓고 있다.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항상 운동을 하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으려니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찍 저녁을 먹고 TV 시청 중인데 아들이 퇴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일어나서 아들 얼굴을 보고 퇴근인사를 하며 돌아서는 순간 현관 앞 기둥 모서리에

이마를 정통으로 찧고 말았다. 

너무 아파서 정신이 아득해져서 한동안 이마를 붙잡고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물을 흘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거울에 비쳐보니 이마의 윗부분이 찢어져 있었다.

 

우선 피를 닦아내고 마데카솔부터 발라주었다.

아들은 지금이라도 병원 가자고 하는데 내일 아침에 가겠다고 우겼다.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나지는 않아서였다.

응급처리를 하고 일찍 자리에 누웠다.

갑자기 대책 없이 눈물이 솟아 나왔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눈이 안 좋아졌는지 보이는 것보다 물체들이 훨씬 가까이에 있어서 부닥치는 경우이다.

빨래를 널려고 베란다로 가다가 유리문에 부딪치기도 하고, 가구에 부딪친 적도 있었다.

조심을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피를 본적은 내 생애 처음~

 

다음날 아침 김서방은 출근을 하고, 큰아들이 오전 업무를 제치고 강제로 병원으로 끌고 갔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성형외과에 가서 찢어진 이마를 꿰매고, 약을 바르고, 처방을 받았다.

아들이 나온 김에 안과에도 가보자고 한다. 안과는 혼자 가겠다고 했더니

지금 같이 가서 눈 상태가 어떤지 봐야겠다고 한다.

20분을 기다려 눈 검사를 하니 눈물샘도 막히고, 결막염도 있고, 안구건조증도 있다고~

10일 후에 오라 하는 말과 함께 눈에 약을 넣고 , 빛도 쬐고, 처방을 받아 나왔다.

 

생일날에 여러 가지 일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낮에는 생각지도 않은 미역국을 얻어먹는 즐거운 일도 있었고, 초저녁엔 이마가

찢어지는 불상사도 생겼지만 병가지상사려니 마음 먹으니 결국엔 편해졌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이런 크고 작은 일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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