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서는 참죽나물을 가죽 나물이라고 불렀다. 가죽 나물이 참죽나무의 새순 인지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옻을 빼닮은 모습 때문에 옻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 옆에는
얼씬도 안 했던지라 한 번도 가죽나무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어려서 먹어보았던
가죽나물의 향과 식감은 아직도 나의 입맛에 기억되어 있다.
45년 전 친정 엄니가 해주셨던 가죽나물 음식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데쳐서 고추장에 무친 나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살짝 데쳐 말린 가죽나물을
기름에 튀긴 부각으로 먹었는데 둘 다 맛있어서 계속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어린 기억에도 나물의 이름을 물어보니 가죽 나물이라고 말씀하셨던 엄마,
이름조차 특이해서 왜 가죽 나물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일반 나물과 달리 그 특이한 향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에 머물렀던 가죽나물은
이제는 하늘나라로 간 엄마와의 추억들을 불러일으키는 한 편의 단상이 되고 있다.
어제 21대 국회의원 사전투표를 마치고 화서동 오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구경도 할 겸,
찬거리를 살 겸 달려갔다. 재래시장의 묘미는 항상 삶의 에너지가 넘치다는 것인데
오늘의 화서시장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다행이라 생각이 되면서 우리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한 야채가게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옷순처럼 생긴 것이 예전에 보았던 가죽나물 같아 보였다. 주인장께 물어보니 가죽 나물이
맞다고 하신다. 붉은 자줏빛이 나면서 잎이 반들반들하고 싱싱한 것이 금방 나무에서
따온 것처럼 보였다. 가격은 한 근 400g에 12,000원이었다. 원래는 2만원인데 할인한
가격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가게 사장님~
봄나물 치고는 엄청 비싼 가격이다. 평소 같았으면 비싸서 안 샀을 텐데 오늘은 가죽나물에
꽂힌 것 같았다. 45년 전에 먹어보았던 가죽나물의 맛이 생각나서 눈을 딱 감고 한 근을
사서 시장바구니에 넣었다.
뿌듯함이란~
이것저것 사 가지고 얼른 집에 돌아왔다.
오늘의 저녁 반찬은 가죽나물 고추장 무침으로 정했다.
가죽나물(참죽나물) 무침 만들기
만든 날:2020년 4월 10일 저녁
재료: 가죽나물 400g
양념장: 고추장 1 수저, 진간장 1/2 수저, 된장 1/3 수저
참기름 1, 통깨, 다진 마늘, 대파, 올리고당 1 수저,
1. 가죽나물의 끝부분과 억 센 줄기를 잘라버린다.
2. 냄비에 소금 1 수저를 넣고 끓으면 다듬은 가죽나무의 잎을 잡고 줄기 부분부터
끓는 물에 넣고 데치다가 전체를 넣고 데쳐낸다. 데치는 시간은 2~3분 정도가 적당하다.
손에 잡힐 만큼 쥐고 삶다 보니 두 번에 걸쳐 삶았다. 데치니까 가죽나물의 붉은 자줏빛이
우러나와서 물은 보라색으로 바뀌고, 가죽나물은 초록색으로 변했다.
3. 찬물에 헹군 다음 수쿠리에 받쳐 놓아 물이 빠지게 한다.
4. 양념장을 만든다. 고추장 1 수저, 진간장 1/2 수저, 된장 1/3 수저, 참기름 1, 통깨,
다진 마늘, 대파, 올리고당 1 수저를 넣고 잘 섞는다.
5. 가죽나물을 손으로 꼭 짠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나는 7cm 길이로 잘랐다. 그냥 해도 되지만 가죽나물의 길이가 긴 편이라 먹을 때 불편~.
6. 양념장 그릇에 나물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하면 맛있는 가죽나물 고추장 무침 완성이다.
방금 무 친가 죽 나물을 김서방의 입에 넣어주니 입맛에 맞는지 맛있다고 한다. 김서방도
가죽나물을 먹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한다. 지난번에 회사 직원이 가죽나물로 전을
부쳐와서 회사 직원들과 같이 먹었었는데 맛있었다고 하였다.
다른 반찬 꺼내지 말고 배추 겉절이와 가죽나물 고추장 무침만 놓고 저녁을 먹자고 한다.
45년 만에 먹어보는 가죽나물 고추장 무침~
우리는 두 가지 반찬만 놓고 밥 한 공기를 비웠다.
그리고 나는 밥을 한번 더 추가해서 반공기를 더 먹었다.
김서방(남편)이 내가 밥을 더 먹는 것을 보더니 '헐~'하고 입을 벌리며 놀랜다.
가죽나물(참죽나물)의 향이 독특해서인지 사람에게 좋은 효능이 많았다.
4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생산되는 참죽나무 새순은 비타민 A.B.C이 들어있고,
칼륨과 베타카로틴이 풍부하여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다고 한다.
또한 해독작용과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제철 한 달 정도 애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있으면 잎이 세어져서 못 먹을 듯한데 그동안이라도
두세 번 더 사다 먹어야겠다.
근데 가격이 참으로 거시기하다~^*
큰아들에게 먹어보랬더니 맛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입에 안 맞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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