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가을산을 바라보면
저 멀리 밤나무에 밤송이들이 갈색으로 물들며
알밤을 쏟아내는 모습들이 보이곤 할 때
나는 밤을 주우러 뒷산에 올라가곤 했다.
땅에 떨어진 알밤 줍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 시간들이
이 가을이 되면 다시 떠오르곤 해서
밤을 줍고 싶은 생각에 주변에 있는
남의 산에라도 올라가고 싶은 맘을
참아내기 힘들었다.
며칠전 지인이 아는 사람의 산에 밤을
주우러 가자해서 신나게 쫓아갔다가 왔다.
허락 맡은 것이라 마음 편하게 주울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긴바지와 긴팔을 입고
산에 도착하여 모자와 빨간 작업용 장갑을
착용을 하였다.
산이 뿜어내는 신선한 공기에
가슴이 시원해졌고 정신이 맑아져서
저절로 기운이 솟아 올랐다.
심호흡도 길게 몇 번 해보고 기지개를 켜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10분 정도 올라 밤밭에 도착하니
이미 밤송이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이미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흔적들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상관없다.
밤이란 시간차를 두고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앞사람이 다 주워가도 또 주울게 생기게 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밤을 찾아보니
여기저기 밤들이 떨어져 있었다.
커다란 알밤도 있었고 작은 산밤도 있었지만
가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주웠다.
두 시간 동안 주웠는데 꽤 양이 많았다.
집에 돌아와서 찬물에 깨끗하게 씻어서
나뭇잎과 흙, 터럭을 제거하고
물에 둥둥 뜨는 밤과 벌레 먹은 밤을
골라내서 버렸다.
그런 다음에 커다란 고무대야에 담아서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아내고
한 시간 정도 물기가 날아가게 내버려 두었다.
반짝한 알밤들이 눈을 호강시켜 주었다.
그러고 나서 알밤 크기대로 대자. 중자.
소자(찌시래기)로 구분하여 골라내었다.
대자는 잘 닦아서 김치통에 반가득 담아 놓았다.
중자는 대자보다는 작지만
대자보다는 양이 더 많이 나왔다.
찌시래기는 작은 밤, 터진 밤이나 벌레가
조금 먹은 밤으로 깎아내면 먹을 수 있는
밤으로 바로 먹어버려야 한다.
큰 알밤을 한 봉지 담아서 사돈댁에
삶아 드시라고 드렸다.
중간 알밤 한 봉지는 작은 아들집에 보냈다.
에어 프라이어에 살짝 구우면 맛있을 듯.
굽는 법은 알고 있겠지?!
또 중간 알밤 한봉지는 안산 사는 친구를
오라고 해서 들려 보냈다.
가까이 살면서도 밤을 좋아하는 친구이다.
멀리사는 형제나 친구는 알아서 드시겠지.
남은 밤은 김치냉장고에 넣어두면
1년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고 하니
두고두고 먹으려고 한다.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성공할지 모르겠다.
아끼다가 해주는 것은 아닐지 ㅎㅎ
하긴 요즘 세대에 이런 속담은
어울리지 않는듯 하다.
찌시래기 밤을 깎아서 김서방(남편)과
큰아들에게 간식으로 주니
깎느라 고생한 시간이 무색하게
먹을 때는 순식간에 없어졌다.
그저 밤 먹는 소리 ASMR~
"오드독, 오드독"
소리만 양쪽 방에서 울려 퍼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밤밥이다.
생각만 해도 밤의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저녁에 밤밥과 밤 샐러드를 해 먹으려고
밤을 더 까서 준비해 놓았다.
쌀을 씻어서 그위에 반씩 자른 밤을
소르록 쏟아 올려놓고 취사 버튼 꾹~
30분 후 밤밥 완성
김서방과 큰아들과 나의 밤밥을
예쁘게 퍼서 담았다.
밥만 먹어도 꿀떡꿀떡 넘어갈 듯
한 숟갈 입에 넣으니 밤의 달고 고소한
풍미가 입에 한가득이었다.
이번엔 밤 샐러드
집에 있는 과일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사과 1/4개, 배 1/4개, 오이 1/2개, 밤 5개,
호박씨 조금, 요거트 5스푼정 도면 충분하였다.
마요네즈는 만들기 싫어서 단맛이 덜한
플레인 요거트로 대신하기로 하였다.
재료는 단출하지만 건강에는 좋을 것으로 생각
요거트를 넣고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뒤적뒤적,
쇠수저로 하면 유산균이 죽는다는 말을 들어서..
그리고 접시에 담은 후에 비폴린(화분) 알갱이를
솔솔 뿌려서 더 예쁘게 더 건강하게
간식 대용으로 김서방과 큰아들 앞으로
한 보새기씩 배달 완료
이 가을
알밤의 향기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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