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정해준 손주가 태어날 예정일은 3월 4일~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돌발상황에 마음의 준비~
점점 불러오는 배와 힘들어하는 며늘 쥬니를 보며 조만간 태어날 손주를 보는 기쁨과
동시에 쥬니에 대한 애처로움에 가슴이 울컥하다.
고생하지 않고 순산해야 되는데...
무의식 중에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이 입가에 맴돈다.
2월 26일 12시경에 전화를 하니 아침에 가진통이 왔다고 조금씩 아프다고 한다
깜짝 놀라서 병원에 연락하고 가자고 했더니,
담당의사가 진통시간 체크하고 시간이 짧아지면 오라고 했다고 한다.
웃는 걸 보니 참을 만 한가보다...생각했다.
하하호호 토킹 하다가 끊고 하던 일을 마저 하고,
일찍 퇴근한 남편과 이른 저녁을 먹고 쉬고 있었다.
저녁 6시 58분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 작은 아들이다.
작은아들이 '쥬니가 입원했으니 병원으로 가보라' 라고 전화를 하였다.
갑자기 경황이 없어진다.
초산이라 예정일보다 늦게 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니
매우 당황스러웠다.
치료받고 있던 남편을 일으켜 세워 옷을 주섬주섬 입고,
호매실동에 있는 세인트마리 여성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7시 10분경~
사돈 두 분이 대기실에서 우리를 반겼다.
카톡으로 연락을 받고, 쥬니를 태워서 6시 20분에 병원 도착하셨다고 한다.
작은아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쥬니는 이미 분만실에 들어가 있어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7시 20분이 되니 간호사가 나와서 '산모가 남편을 찾는다고 도착하면 바로 차임벨을 누르라'라고 한다.
산모의 남편 이외에는 그 누구도 산모를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코로나 때문에 외부인은 분만실 신생아실은 물론이고, 대기실조차도 들어오면 안 되는 것이었다.
며늘 쥬니에게 힘이 되는 것은, 오로지 나의 작은아들이자 제 남편인 혀니다.
작은애가 거의 도착했다고 하자 남편이 1층으로 내려갔다.
곧이어 7시 40분경에 작은아들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코트 벗고 손 소독하고 차임벨을 누르니 간호사가 나와서 대기실과 분만실 사이에 있는 두꺼운 유리문 앞에 세우고
30초 에어샤워를 시키고는 데리고 들어간다.
5분 후에 올라온 남편의 손에 카드가 들려있다.
30초라도 빨리 며늘에게 가라고, 본인이 미리 내려가서 택시를 기다렸다가 결제했던 모양이다.
시 아빠의 한 발 앞선 마음이 느껴진다.
"카드를 결제하는데 오래 걸리네."
"택시기사도 빨리 오려고 엄청 달렸대."
택시기사가 결제를 하는데 미숙해서 오래 걸렸다고 하였다.
아들이 분만실로 들어갔는데 아무 소리가 없다.
간간이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에 가슴이 콩닥콩닥하였다.
"우리 꼬물이 울음소리인 것 같은데"
사돈과 흥분해서 다시 들어보면 분만실이 아닌 신생아실에 들리는 다른 아기들의
울음소리였다.
분만실과 대기실 사이의 유리문틈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 본다.
갑자기 나는 외마디 소리에 안사돈이
" 우리 애 목소리 같은데?" 하신다.
시각을 보니 8시 정각이다.
그 후로는 아무 소리가 안 난다.
조금 지나니까 아기 울음소리_
5명 모두 유리문 사이에 귀를 대고 들어 보니 분만 실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아이고 이제 꼬물이가 나왔나 보다"라고 안심이 되었다.
신생아실 간호사가 밀폐된 신생아 침대를 끌고 들어가기에 '아기 낳았냐'라고 물어보니
오케이 한다.
8시 20분경 간호사가 우리 꼬물이를 실은 침대를 끌고 나왔다.
엄청 울음소리, 근데 금방 그친다.
모두 달려간다.
"산모는 건강한가요?"
와, 아기가 엄청 잘 생겼다. 대장 감이다.
금방 낳았는데도 포동포동하니 눈. 코. 입이 크직큼직하고, 손발이 길쭉길쭉하니
진짜 잘 생겼다. 내 새끼라 더 예쁜 거겠지 ㅎㅎㅎ
2020년 2월 26일 저녁 8시 우리 첫손주 꼬물이 탄생.
축하 축하 축하합니다~
서로 사돈에게 덕담을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되신 것 축하드려요. 아기가 쥬니를 닮아서 눈이 크네요."
"아빠. 엄마의 좋은 점만 빼다 박았어요." 하하하
8시 30분 간호사의 부연 설명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앞으로 산후조리원 퇴원할 때까지 산모와 아기를 볼 수 없다.
오로지 남편만 출입할 수 있으며, 남편도 같이 산모와 생활하게 된다..."
"직장 출근을 하게 되면 산모 혼자 조리원에서 있게 되며, 병원에서 산모의 모든 것을
돌봐주게 될 것이다"고도하였다.
오로지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서만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친정 엄마만이라도 산모를 잠깐 볼 수 없겠냐고 사정을 하니 안된다고 하였다.
산모와 아기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산모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병원에서 할 일이 없다.
빨리 가주는 것이 병원에서 바라는 것이다.
9시에 병원에서 모두 나와 각자 차에 올라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 경황이 없었으니 집에 들어가서 쉬면서 기다리는 것이 상책~
밤 10시경이 되니 작은아들에게서 동영상 전화가 왔다.
걱정할 양가 부모님들에게 쥬니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 며늘 쥬니 혼자서 힘들었지? 고생했다." 말하니 엉엉 운다.
"얼굴도 못 보고 와서 미안하다" 나도 같이 운다.
울면 안 되는데~ 웃겨야지
"네 아들 엄청 잘 생겨서 자랑할 일만 생겼네" 말하니
울다가 웃는다.
우리 속담이 생각난다.ㅎㅎㅎ
남편과 함께 와인 한잔으로 손주의 탄생을 축하하며
며늘 쥬니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하고,
가족 하나가 늘어난 것에 대한 행복한 감사의 마음으로
우리 꼬물이가 건강하게 자라나길 우주의 조물주와 천지만물에게 기원하였다.
감사 또 감사~^^